공지사항
또 다시 묻는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종사자는 누가 책임지는가 ?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정신건강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공적 체계이다 . 전국 시도 및 시군구에 총 260개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국민의 정신건강에 대한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각종 교육 및 홍보 , 조기발견, 사례관리, 위기개입, 정신재활 , 네트워크, 연구 등을 수행한다. 정신질환, 중독 , 자살, 재난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아동청소년부터 노인까지 생애주기별로, 그야말로 국민의 정신건강과 관련된 모든 사업을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담당하고 있다 .
현장에서 이를 실행해야 하는 것은 정신건강 전문가들 곧 종사자들이다. 결국 서비스의 성과와 질은 종사자들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 하지만 지난 20여년 동안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일하는 종사자의 처우와 관련한 문제점들이 지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고강도 노동에 저임금 구조, 위탁운영에 따른 불안정한 고용, 취약한 안전보장, 실적에 대한 압박 등으로 많은 전문가가 센터를 떠나고 있다.
최근 천안시서 북구정신건강 복지센터에서 종사자들이 센터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싸우고 있다. 이들은 위탁운영을 하는 병원장이자 센터장이 직원들의 계약종료를 무기로 행하는 갑질, 센터장이 부당하게 채용한 부센터장과 직원들의 갈등, 지인 경영을 하면서 일반 계약직 직원들에게 행해지는 불합리한 인사처리의 문제들을 제기하였다. 문제 해결을 위해 서북구센터 직원들은 보건소에 ‘위탁기관변경’을 요청하였으나, 보건소는 ‘위탁 할 곳이 없다. 위탁할 곳이 없으면 정신건강복지서비스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탁기관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
기시감이 든다.
2016년 10월 서울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들은 노조를 결성하고, 6개월간의 교섭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51일간의 파업을 단행하였다 . 그 당시 플랜카드에 적힌 문구는 ‘서울시민의 정신건강, 진짜 사장에게 묻는다’이다 . 정신건강복지센터에 국가 정신건강의 모든 책임을 온전히 지우고 있지만 실제 종사자들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이번 천안시서북구센터에서도 종사자의 처우가 일개 부센터장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지만, 센터장, 보건소, 시청, 복지부 그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부당한 연봉제 결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것은 종사자들 간의 합의 사항으로만 치부한다. 복지부는 정신건강사업안내에 호봉제를 명시하고 있지만, 천안시서북구센터의 상황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센터가 별도로 정할 수 있다며 발을 빼고 있다.
또 다시 질문하게 된다.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종사자는 누가 책임지는가?
서울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의 파업 이후 많은 센터들이 직영으로 전환되었다. 이제는 공무원으로서 고용이 안정되었다고 인식하지만, 실상은 대부분 ‘마 ’급 시간선택제로서, 시간선택제이지만 시간을 선택할 수 없고, 성과금으로 줄을 세우고, 개별 연봉 부풀리기 등으로 사실상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직영 운영계로 해석될 수 있다 . 정신건강복지센터는 더 이상 좋은 일자리가 아니다. 종사자들은 일의 의미를 찾기 어렵고, 스스로 소모품이 되기를 거부하며 현장을 떠난다. 그 몫은 결국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센터 종사자가 행정업무에는 능숙할 수 있으나 당사자보다 더 정신질환에 대해서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질적인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종사자의 처우 문제를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된다 . 정신건강복지의 책임만을 부여하지 말고, 종사들이 누려야 할 당연한 노동의 권리에 대해 정부는 답해야 한다.
지난 해 정부는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2021~2025)을 통해 현 문제를 진단하면서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보호에 대한 국가 책임의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사회적 요구에 대응해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위기응급대응체계 구축 및 운영 , 생애주기별 정신건강서비스 제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찾아가는 정신건강서비스 추진 등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해야 할 주요 정책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정작 최일선에서 이러한 기능을 담당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를 관리할 책임을 가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문가들의 고용 안정과 적절한 처우의 보장, 합리적인 행정 등은 외면하고 있다. 이러한 난맥상에 대해 제대로 된 문제인식 조차도 없다.
서울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의 파업 이후 6년의 시간이 지났다. 정신건강복지 현장은 빠르게 변해가고 있고, 현장에 쏟아지는 정신건강서비스 요구는 한없이 늘어나고 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인력은 확충했지만 전문가의 안정적 고용과 적절한 처우, 합리적 행정은 보장되지 않아 하루가 멀다하고 이직하는 전문가들이 줄을 잇는다. 이런 문제는 서울과 천안에서 가시화되었지만 전국 어느 곳도 예외는 아니다.
정신건강사회복지혁신연대는 2020년 첫 대담회의 주제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2016년 파업에 대해 다룬 바 있다. 또한 2022년 상반기 대담회 주제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운영 개선 방안을 다루기도 했다. 그러한 논의의 결론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공공성과 전문성 강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성 강화였다. 그 핵심에는 종사자의 고용안정과 적절한 처우, 합리적 행정을 통해 전문적이고 양질의 정신건강서비스를 지역주민과 정신건강서비스 이용자에게 보장하는 것이었다.
현재 천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단지 정신건강전문가인 종사자와 위탁운영기관 사이의 노사문제가 본질은 아니다. 온국민의 정신건강복지를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던 정부와 정부의 정책을 충실히 실행할 책무가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책임회피가 문제의 본질이다.
공적 책무성이 사라진 자리에 자신의 전문성을 다해 국민의 정신건강을 책임지겠다는 전문가들이 법과 규정이 보장하는 고용 안정과 최소한의 처우도 보장받지 못해 이 한 겨울 노조를 결성하고, 전문가 자신의 생존권을 외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 이상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방기가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서울이나 천안시에서 일어난 일을 단지 종사자의 노무 문제로만 생각해서도 안 될 것이다 . 이 문제는 지역정신건강복지서비스 본질에 대한 문제이다.
우리 정신건강사회복지혁신연대는 현재 진행형인 천안시서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의 사태에 대한 보건복지부와 천안시의 각성을 강력히 요구하며 , 지역정신건강복지서비스를 하루 빨리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위탁운영이든, 직영운영이든 종사자의 고용안정과 적합한 처우, 합리적 행정을 보장할 것을 엄중히 촉구하면서 다음을 요구한다.
첫째, 정부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전문성과 직결되는 종사자의 고용안정과 적절한 처우, 합리적 행정에 대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를 관리감독 , 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라.
둘째, 정부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정신건강복지법과 하위법령 , 정신건강사업안내 지침 등을 개정하라.
셋째. 정부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보장할 수 있는 운영모형을 제시하여 정신건강복지센터 운영을 정상화 하라 .
넷째. 정부는 천안시서북구정신건강복지센터의 현 사태를 면밀히 조사하고, 종사자들의 고용 안정과 적절한 처우 , 합리적 행정이 보장되도록 적극 관여하라.
2022. 12. 16.
정신건강사회복지혁신연대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한국정신장애인가족지원가협회 , 한국조현병회복협회(심지회)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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